::: 경남가족상담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left10

 
 
 
작성일 : 05-10-18 18:15
핸드폰 가진 차돌엄마
 글쓴이 : 연구소
조회 : 6,749  
핸드폰 가진 차돌엄마


차돌엄마는 조금의 빈틈도 없는 완벽한 주부입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어도 음식만은 무공해로 준비하여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고, 자녀들의 학습지도도 직접 하여 돈을 아끼고, 이웃의 일에도 관심을 갖고 도와주는 모범주부로 소문이 났습니다.

이런 차돌엄마에게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두 달 전부터 큰아들 차돌이가 밤 9시까지 놀다 들어오고 이부자리에 오줌을 싸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의바른 말과 행동, 우수한 성적 등 친구가 없는 것 빼고는 모든 방면에서 뛰어난 아들이었기에 차돌엄마의 실망과 배신감은 매우 컸습니다. 아들을 고쳐보려는 갖가지 노력 끝에 차돌엄마는 마지막 희망을 안고 저희 상담실을 찾으셨습니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자녀교육에 헌신하는 엄마, 가족 제일주의로 생활하는 자상한 아빠, 모범생 자녀 등 아무 문제없어 보이던 이 가정의 남모르는 아픔이 드러났습니다.

차돌아빠는 담배는 전혀 안 하지만 가끔 많은 양의 술을 마셨습니다. 그런 날 밤이면 남편은 작은 불평에서 시작하여 부인의 옷을 벗겨 모욕감을 주다가 끝내는 성적 요구까지 하곤 했습니다. 반항하면 남편이 폭력행사(물건 집어던지기 등)를 하기 때문에 차돌엄마는 남편의 주벽이 두렵고 지겹기만 했습니다. 또 낮에는 남편이 자주 집으로 전화하여 확인하기 때문에 외출하기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차돌엄마는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이 갈까봐 남편에 대한 불만을 전혀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퇴근시간이 정확한 아빠가 늦는 날에ꡐ아빠가 왜 늦으셔요?ꡑ라는 질문 한번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이튿날 아침밥이 없어도 군소리 없이 학교에 가는 자녀들의 행동으로 미루어 보아, 자녀들이 부모 사이의 문제를 알고 있음이 분명했습니다.

차돌엄마의 얘기에 따르면 남편은 의처증과 성적 변태를 가진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역시 부부쌍방에 책임이 있습니다. 남편의 성실함, 책임감, 자녀에 대한 애정 등에 대해서 차돌엄마는 매우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혼 때부터 남편과 살이 닿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싫어서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될 수 있으면 남편과의 신체접촉을 피해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남편은 참고 견디다가 술기운을 빌어 완력으로 성적욕구를 충족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 다음날은 부인이 도망갈 것 같아 자꾸 전화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차돌엄마는 강제적인 성 관계와 감시 때문에 남편이 더 싫어집니다. 이렇게 해서 배우자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차돌엄마가 가진 경직된 성적태도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그의 친정가족을 살펴보았습니다. 친정아버지는 술기운을 빌어 부인을 폭행하곤 하였으며, 자녀들에게는 매우 엄한 독재자였습니다. 말이 없고 순종적인 어머니는 자녀들, 특히 아들을 끔찍이 여기셨습니다.

2남1녀 중 맏딸인 차돌엄마는 고생 많으신 어머니에게 위안과 도움이 되고자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물론 어머니를 불행하게 만드는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또한 공부 잘하는 자신을 제쳐두고 남동생들만 진학시키는 부모님을 보면서 남자가 되지 못한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겼고, 동시에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 가는 남자(아빠와 오빠)에 대한 원망도 마음속에 크게 갖게 되었습니다.

차돌엄마는 남편에게서, 미워하고 원망하며 동시에 부러워하기도 했던 아버지나 남동생의 모습을 보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과 친밀해질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친정에서 했던 역할을 시집에서도 계속하여 시 어머니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며느리 노릇을 해내고 있었습니다.

본 상담자가 ꡒ차돌엄마에게는 희생만을, 남동생에게는 혜택만을 준 친정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다“고 하자, 차돌엄마는 깜짝 놀라며 열심히 친정어머니를 옹호하였습니다. 그러나 차돌엄마 역시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를 원망할 수 없어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서운함, 배신감을 모두 아버지에게(현재는 남편에게) 발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돌엄마나 친정어머니나 집안에서 희생당한 것은 마찬가지였으나, 어머니는 착한 희생자로, 차돌엄마는 어머니의 감정을 대변하면서 적(남자들)과 맞서 싸우는 역할을 하여 어머니를 착한 사람으로 남아있도록 보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차돌엄마는 그 역할을 하며 배신감, 무력감, 분노를 마음속에 쌓았고, 어머니는 희생자의 역할 속에서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았던 것입니다.

차돌엄마는 아버지와 맞서 싸우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무능함, 아버지의 성격을 뻔히 알면서도 결국 폭행까지 하게 만든 어머니의 고집스러움, 부부문제나 자녀문제에서 뒤치다꺼리는 항상 차돌엄마에게 밀어붙인 어머니의 용의주도함(?)을 생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지만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불공평함, 억울함, 원망을 새삼 느꼈습니다. 차돌엄마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양가감정1)을 정리하고 나서야 진정으로 친정엄마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었습니다.

차돌엄마의 친정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관계패턴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친정어머니와 차돌엄마는 두 사람이지만 마음은 마치 한 사람 같아서 차돌엄마가 어머니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동생들 입장에서는 차돌엄마만 어머니 입장을 이해하는 착한 사람이고 자신들은 무심한 사람, 말썽만 일으키는 사람으로 취급당하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친정아버지는 딸을 중심으로 자식들이 모두 엄마 편인 것 같아 소외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아버지가 술을 먹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남동생들은 자신을 위해 희생하고 집안의 기둥역할을 해온 누이에게 미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안일은 엄마와 누이 사이에서 다 결정되고 진행되기에, 자신들은 집안일에 소원한 상태로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며느리 입장에서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집안을 뒤흔들게 놓아두는 남편의 처사에 불만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들들은 부인과 어머니(또는 누나)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하여 슬쩍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어머님과 시누이는 그런 아들, 동생에게 섭섭함을 느낍니다.

위내용을 정리해 보면 차돌엄마가 친정어머니와 감정적으로 한 사람같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것이 어머니와 다른 가족들 사이에 방해물로 작용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돌엄마는 부모님 사이, 어머니와 올케 사이를 가깝게 해주기 위해 어머니와는 가능한 한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반면 그 동안 가깝게 여기지 않았던 아버지와 올케에게 접근하였습니다. 남편과 아들 며느리 문제로 하소연을 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친정  어머니를 몰라라 하면서 지켜보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자신이 차돌이 문제로 힘든 것보다 어머님의 힘든 마음이 차돌엄마에게는 더 진하고 원초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머님과 마음을 공유하는 것은 더 어린시절 있었던 것들이기에 합리적인 생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아주 원초적인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전 같으면 어머니의 하소연이 끝나면 어머님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엄밀히 말하면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관계된 사람들(아버지나 남자 형제들, 올케들)에게 비난의 말을 퍼붓거나 ‘엄마에게 잘 해 주라’는 부탁을 하곤 했었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어머님의 하소연이나 고통을 들어주기만 하고 어머님이 갖는 어려운 감정을 함께 나누는 마음의 친구 이상의 역할은 안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화해시켜줄 사람(차돌엄마)이 없으니 각자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게 된 친정 부모님은 차츰 싸움이 줄고, 남동생들도 집안일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시작했습니다(‘이 없으면 잇몸ꡑ이라고 딸이 역할을 안 하니 부모님들은 며느리에게 잘 해주면서 아들들의 개입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고, 아들과 며느리들은 자신들의 입지가 확고해지니까 점점 의무감도 생기게 되었죠). 아버지와 남동생들도 어머님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차돌엄마는 불쌍한 어머니에게는 자신밖에 없으니 항상 자신이 어머니 편이 되어 잘해 드려야한다는 의무감에서 풀려나 생전 처음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었습니다.

또 어머님의 과도한 아들사랑과 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어려서부터 공부에 시달리고, 남들보다 잘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살았던 남자 형제 특히 오빠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들을 향한 분노가 줄어들고 그들 역시 희생자였음에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어머님을 고생시킨다고 여겼던 아버님 역시 어머님의 지나친 아들 욕심 때문에 부인의 관심을 받지 못했고, 그 속상함을 술로 풀면서 술기운에 의해서만 부인에게 큰 소리를 쳤던 마음 약한 남자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워만 했던 아버님과 남자형제들에 대한 감정이 누그러지면서 차돌엄마는 남편과의 신체접촉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더 이상 술을 먹을 이유가 없어져 술을 완전히 끊었고 탈락만 하던 승진에서도 쾌거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남자들을 보는 시각이 변하자 역시 남자인 차돌이 에게도 여유 있고 너그럽게 대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로부터 받는 과도한 기대(친정 엄마의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부분)와 동시에 무언가 집어낼 수 없는 엄마의 원망의 눈초리가(아버지와 남자형제 그리고 남편에 대한 감정이 똑같은 남자인 아들에게도 무의식적으로 보내지고 있었음) 없어지고, 말로 표현되지는 않지만 부모님 사이에 있는 긴장된 분위기가 없어지자 차돌이의 늦은 귀가와 이불에 오줌 싸는 버릇은 절로 없어졌습니다.

차돌엄마는 요즘 핸드폰까지 들고 다니며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은 부인 감시용이 아닙니다. 남편이 요즘 부인에게 도통 전화를 안 하여 차돌엄마가 남편에게 수시로 전화하고, 직장에 다니게 된 차돌엄마가 아이들과 통화하기 위해 남편에게 부탁하여 받은 것입니다(남편의 소망 때문에 또한 스스로 여자를 비하하는 자신의 사고-친정 엄마의 사고를 그대로 답습한 본인도 모르던 부분- 때문에 집에만 있던 차돌엄마는 훌륭한 직장인이 되었고, 그 당시 핸드폰은 처음 나왔을 때였습니다). 차돌이는 이제 친구가 많은 적극적이고 아량 있는 아이가 되어서 반장으로 뽑히기까지 했습니다.


위 사례에서 보듯이 한 집안의 주부(가장) 마음에 따라 가족성원들 마음의 질이 결정됩니다. 가족에게 행복과 성공을 안겨주기 원하는 주부(가장)라면 우선 자신의 마음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